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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도 지스타 현장 사진

 

0. 서론

 저는 어릴 때 매일 밤하늘을 보며 공부한 때가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별 찾기 대회를 나가려고 별자리를 외워야 했습니다. 도시는 밤하늘이 어둡기 때문에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별을 보기도 하고, 멀리 가기 어려우면 과천과학관에 있는 플라네타리움에서 별자리를 외웠습니다. 밤하늘이 낭만뿐이지는 않고 약간의 공부가 섞여는 있지만, 여전히 그 때 깊은 산속에서 보았던 수많은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밤하늘에는 매우 다양한 별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붉거나 푸르거나, 밝거나 어두운 별들도 있고, 가끔 수많은 어두운 별들이 모여 있는 성단이나 은하도 있습니다. 시골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할 때는 밝은 별만 보여 심심한 하늘만 보이지만, 눈이 어둠에 적응하고 어두운 별까지 보이기 시작할 때가 되면 수많은 작은 별들이 어두운 공간을 채우면서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지스타 후기글에 밤하늘이 아름답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적은 이유는, 지스타가 밤하늘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밤하늘에서 작은 별 하나쯤은 되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준비한 것들이 있어 그 내용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1. 지스타 후기

 저는 지난 3년 동안 3번의 지스타를 관람했는데, 모두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게임 부스가 많지만 그것보다 아득히 많은 수의 사람이 지스타를 관람하다 보니 대기열이 매우 길어 게임을 하기도 힘들고, 심지어는 돌아다니기도 힘듦니다. 대기업 부스에서 신작도 2시간씩 기다려가며 조금씩 해보고, 작은 부스에서 게임도 많이 해봤습니다만, 관람한 시간에 비해 경험한 재미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예상 외로, 작은 부스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대기업 부스는 게임 조금 하고 상품 조금 받는 정도가 전부지만, 작은 부스는 1대1로 보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 혼자 하는 게임과는 달리 구경하는 친구와 같이 게임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든, 여러모로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는 게임들도 지스타에서 해보면 꽤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동아리 부스에서 플랫포머 게임 하나를 시연하고 있었는데, 조작감도 이상하고 몬스터 충돌 판정도 이상해서 스팀에 무료로 올려도 안좋은 후기는 나올 법한 게임이었습니다. 대기열에 지쳐서 잠깐 플레이를 해봤는데, 이상한 게임이지만 여러모로 노력해서 클리어에 성공했고, 그 때의 쾌감은 꽤나 짜릿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작은 부스가 긍정적인 경험만을 주진 않습니다만, 굿즈랑 신작만 주는 대기업 부스보다는 더 재밌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코스프레 문화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대기업 부스에서 전문 코스프레 모델들도 많이 볼 수 있지만, 고정된 장소에서 특정 시간에만 전시되는 고퀄리티 코스프레보다는 적당한 퀄리티에 자유로운 코스프레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고퀄리티 코스프레는 1:1 피규어 보는 느낌이고, 지스타 회장에서 자주 보이는 적당히 돌아다니는 코스프레가 생동감 있는 캐릭터이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지스타가 밤하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부스나 고퀄리티 코스프레와 같은 밝은 별만으로 지스타 회장을 재밌게 만들기에는 모자르고, 남은 재미를 이상하지만 재밌는 작은 부스와 굴러다니는 길거리 코스프레 같은 작은 별들이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작은 별

 이런 이유에서 작은 별이 되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스타 갈 때마다 미묘하게 불만족스러웠고 작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도해 봤습니다. 평소대로 지스타 관람은 하되, 대충이라도 코스프레만 하자. 회사원이기도 하고 주변에 코스프레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준비가 쉽지 않았지만, 대충 타오바오에서 직구하고, 소프트렌즈 끼는 법도 배우고, 가발 세팅도 손수 해서 어떻게든 준비는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회장에서 코스프레는 처음이기도 하고 지스타 관람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해 주셔서 많이 놀랐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노력해서 준비한 코스프레를 재밌고 좋게 봐주셨구나, 그리고 그런 분들께 재미를 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길거리에서도 재밌게 봐주신 모르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하고, 이 정도면 작은 별 되어보기는 성공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스프레가 별로 없는 평일 2일동안만 관람했는데, 약 10번 정도 요청받았습니다.)
 
 코스프레 의상이 불편해서 지스타 관람은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경험은 매우 좋아서 지스타 갈 때마다 한 번씩은 준비해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하게 준비하기도 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지만,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기만 한다면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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