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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회를 망쳐서 감정적으로 작성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대회에 참여했고 여러 대회를 준비한 입장에서, 현대모비스 대회 환경에서는 제 실력을 내지 못할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참가자에게 친절한 환경일수록 잘하고, 불친절한 환경일수록 못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환경이 아무리 나빠도 일반부에서 50등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악재가 너무 많이 겹쳐 108번뇌의 그 108등을 했습니다. 이후 글 내용은 대회를 왜 망쳤나 한풀이하는 글과, 끝에 지구이 스터디 그룹에 대한 고민을 남기려 합니다. 혹시 대회가 어땠는지 궁금하다면, 명우형이 작성한 `22 현대모비스 알고리즘 경진대회 예선 후기 (myungwoo.kr)를 보시면 됩니다.
대회를 망친 이유, 그 첫 번째는 "1) 실시간 채점 X" 입니다. 저는 ICPC에 모든 시간을 투자하던 때에도 코딩 과정에서 실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예전에 작성한 내 장단점 분석글에 고민을 남겨두기도 했구요. 모든 것이 끝난 지금에서는 자신을 코딩도 잘한다고 평가하지만, 자신을 혹독하게 평가해야만 하는 환경에서는 코딩을 못한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코딩 실수가 잦아도 실시간 채점이 있으면 시간 손해만 보게 되지만, 아예 틀려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대회에서는 실시간 채점이 없었고, 덕분에 1번에서 24점을 받게 되었습니다. 브론즈~실버 하위 정도 난이도?의 쉬운 문제였지만, 실수 한 번 하면 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두 번째는 "2) 메모리 제한 언급 X, 스택 메모리 제한 언급 X" 입니다. 대회 이후 코드 공개를 안해주니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전 2번을 dfs로 짰습니다. 제 기억에 15년도 ICPC 대전에서 스택 메모리 제한이 존재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SCPC의 초반부 대회에서 스택 메모리 이슈가 있었습니다. 스택 메모리 제한은 재귀함수를 비재귀함수로 바꿔야 하게 만들고, 많은 경우 재귀함수를 비재귀함수로 바꾸면 구현이 매우 복잡해집니다. 이런 이슈는 스택을 힙 메모리로 옮기는 흑마법을 ICPC 팀노트에 넣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추가로 저도 운영측에 메모리 제한에 대한 질의를 했습니다. 3번 문제는 노드 500만개짜리 trie로 풀 수 있는데, trie가 메모리를 거의 500MB를 잡아먹습니다. trie를 안쓰면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에, 메모리 제한이 500MB보다 작은지는 알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응시자의 역량을 판단하기 위한 주요 부분 중 하나라는 응답을 받았고, 제 대회 시간의 약 1분 정도를 써서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라는 내용으로 장문의 질의를 한번 더 날렸습니다. 그래도 메모리 제한을 공개할 수 없다는 당연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세 번째는 "4) 외부 IDE 사용 X, 오직 구름 에디터만 사용 가능" 입니다. 5번을 구현하면서 실수로 플로우를 구하는 함수에서 값을 리턴하지 않는 실수를 했는데, 무한 루프가 돌거나 WA를 받았습니다. 평소에 실수가 많아 컴파일러 워닝은 꼭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는데, 구름 IDE에서는 정상적인 실행이 됐을 경우 컴파일러 워닝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때문에 워닝을 봤다면 10초만에 잡았을 버그를 잡지 못해 약 40분을 3년만에 짠 디닉 디버깅에 사용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틀린 점이 더 있어 고치지 못해 문제를 맞추지 못했지만, 아마 40분을 아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번째는 "문제가 논리적이지 않고, 관련 질의를 받지 않음" 입니다. 현대 모비스에서 대회를 연다고 해서 문제 설명에 자동차를 어떻게든 끼워넣은 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4번은 각색 과정에서 자동차가 도로를 따라 달리지 않고 순간이동하는 이상한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대회 끝까지 예제 2번을 이해하지 못해 쉬운 문제임에도 풀지 못했습니다.
대회 공지에서부터 제가 제 성과를 내지 못하리라 생각했고, 1번의 점수를 받지 못했을 때 대회를 망칠 것 같다고 생각했으며, 지금에서는 어차피 본선을 갔어도 아이패드는 이미 가지고 있고 상금은 못받았으리라 생각하고 있어서 충격은 받았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금은 PS나 알고리즘이나 개발쪽이 아닌, 딥러닝 R&D쪽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구요. 암튼 대회 이야기는 대충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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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지구이 스터디 그룹이 1.5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처음 지구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을 때는 시간과 의욕이 넘쳤지만 모인 사람이 없었고, 지금은 사람이 모였지만 시간도 의욕도 줄어든 상태입니다. 저도 직장인이고 회사를 다니다보니 여유시간이 없는 슬픈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채널 컨셉이 친목을 배제하고 질답만 하는 형태이다보니 활성화가 되기 어렵고, 질문 창구도 솔브닥디코와 BOJ 질문게시판이 있다보니 굳이 질문을 답변 시간이 늦는 지구이 스터디 그룹 디코에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디스코드를 터뜨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실행에 옮기진 않았습니다.
분명 처음 지구이 스터디 그룹 디코를 개설할 때는 공부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공부 환경을 제공해주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 잘 하는 사람이 없거나, 혹은 잘 하는 사람에게 교육받을 수 없는 환경을 가진 사람을 위한 디코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는, 그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와서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만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고, 간직하고 있는 동안에는 디스코드를 터뜨리진 않을 것이지만, 저 혼자서 그 마음을 실현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럴듯한 계획과 사람이 있다면... 혹시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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